걸어간다는 것... 카약커 낙서(scribble)



그는 나에게 안녕을 말했다.



“잘 가라. 이제는 길을 걸어가야지. 네놈도 그리고 나도 길을 걸어가야지.”



비행기를 타기 전날 밤에 나는 그를 만났다.
서로 약속을 하지 않았지만 언제나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꿈을 꿨던 밤길에서 만났다.
그와 함께 다녔던 초등학교를 지나고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지나서
가로등 불빛마저 거의 안 보이는 길을 걸었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길이었지만 그와 나는 알고 있었다.
이 길을 통해서 어디로 어떻게 갈 수 있는지 알고 있었다. 나보단 그가 더 잘 알고 있었다.



“얘기 하지도 않고 그냥 결정하고 나서 말해서 미안.” 나는 길을 걸으며 말했다.


“모든 것들은 흘러간다. 시간도 물도 세상 모든 존재들은 흘러가.
 얼마나 오랜 기간을 거쳐서 흘러가는가의 차이가 조금씩 있기는 하겠지만
 흘러가면서 결국에는 지나치게 되는 것이 세상이지.
 네놈과 나는 지나쳐가는 기간이 조금 길었던 것일 뿐이야. 특별할 것은 없어.”

그는 말했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
물이 흘러가고,
시간이 흘러간다는
쉬운 말이었지만 선뜻 이해하지 못 한 채 길을 걸었다.

“됐고, 지금 네가 하려고 하는 일에 후회란 하지 마라, 내가 네놈에게 말했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결과를 얻게 되더라도 절대로 후회하지는 말라고 말이지.
 후회를 할 시간이 있다면 다시 또 다른 선택을 해서 다른 결과를 얻는데 시간을 쓰라고 말이다.
 지나간 일을 생각하고 후회를 하는 것보다 쓸모없는 일은 없다.
 너의 선택에 대해서 주위의 그 누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너는 흔들려서는 안 되는 거야.
 그렇다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서 신중한 선택을 하기위해서 선택을 미루는 일도 해서는 안 되지.
 지금의 그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지금 이 순간이라는 것을 명심해야해.
 나중에 지금과 비슷한 선택을 할 수 있을 수도 있지만,
 지금과 똑 같을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는 빠르게 말했다.

하지만 그의 말은 전혀 빠르게 들리지 않고 귓가에서 천천히 맴돌았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천천히 머릿속에서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것을 반복했다.



“그래서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내가 물었다.




웃음.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어두워서 그의 표정을 볼 수도 없었지만 분명히 그는 웃었을 것이다.
아니, 그는 웃었다.
나는 지금 정말로 심각하다는 걸 네가 잘 모르는 것 같은데,
난 정말 심각하다고. 라고 그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그가 가로막았다.


“네놈이 잘하고 있는 거라는 것을 어떻게 판단을 해야 하지?
 어떤 기준으로 그런 말을 한지는 나는 도저히 모르겠는걸.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딱 이것 하나야.
 나는 내가 선택한 일이 무엇이든 간에 최선을 다하고,
 그리고 어떤 결과를 보게 되더라도 후회를 하지 않아.
 네놈도 지금 네놈이 선택한 길을 걸어가는 일에 최선을 하다고 나중에 그 길의 끝을 보거나,
 아니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건 간에 후회를 하지 않으면 되는 거야.
 네놈 자신을 믿지 못한다면 노력할 가치 따위가 없으니까.
 살아가면서 매순간순간의 선택이 언제나 최선의 선택이 되고,
 최고의 결과를 안겨다 줄 수는 없지만 그 선택에 있어서 후회를 하지 않을 수는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너는 지금까지 단 한번이라도 후회를 해 본적이 없는 거야?”


“킥. 아니, 많은 후회를 하면서 살아왔지.
 어렸을 때에는 말이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후회를 하는 것이 얼마나 쓸모가 없는지 알게 되었고
 지금은 내가 무슨 선택을 하고 무슨 일을 저질러도 절대로 후회 따위는 하지 않아.
 선택을 해서 걸어간 길의 끝이 원했던 선택의 결과가 아니라면
 그 길을 다시 되돌아와서 다시 다른 선택을 해서 걸어가면 되는 거야.
 단지 시간이 조금 더 걸릴지도 모른다는 것이지만,
 아무런 의미가 없이 흐르는 시간이라는 것은 없으니까.”


아직은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하는 걸까.
나는 그의 말은 알았지만 그의 말을 나에게 이해시키지는 못했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길을 걷고 있을 때 그가 말을 이었다.


“잘 가라. 이제는 길을 걸어가야지. 네놈도 그리고 나도 길을 걸어가야지.”


그는 말을 마치고는 가로등 불빛이 미처 닿지 않는 곳을 통해 걸어갔다.
그렇게 내 앞에서 사라져 갔다.

그가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돌아서서 집에 돌아왔다.


다음 날, 비행기를 타고서 지금의 선택한 길의 출발점으로 향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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